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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세상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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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 이승우 한 번 타자화한 대상을 다시 재정의하는 건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00는 00이래, 00는 00렇지 라는 관점을 쉽게 가지곤 합니다. 123RF지기 또한 문장을 쓸 때마다 제 생각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려는 노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승우 작가의 [모르는 사람들] 작품 속 작가의 말을 소개합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소설들을 다시 읽으면서, 내 문장들 속으로 들어와 있는 세상의 기운들을 감지한다. 놀랄 일이 아니라는 건 안다. 각각의 소설들에 그 소설을 쓸 때의 시대의 간섭이 선명하다. 어떤 소설은 그 간섭에 대한 토로이다. 세상이 요동칠 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없다. 가장 자율적인 것도 자율적이지 않다. 작가는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 믿었던..
경애의 마음 - 김금희 '경애'라는 단어를 글로 또는 말로 써본 적이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공경하고 사랑함' 영어로는'respect and affection' 의미를 지닌 단어, '경애'. 아직은 철이 없어 경애받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서인지 [경애하는 마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경애받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땐 그 대상으로부터 경애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사랑, 그리고 공경 모두를 잃는 경우를 겪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은 경애 받고 싶은 마음, 경애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경애'라는 주인공의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타인에 대한 생각이 되려 어떤 타인에게는 상처가, 불공평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제게 '보편화, 타자화'라는 위험한 단어에..
파과 - 구병모 구병모 작가의 [파과]는 젊음이 다하여 육체의 한계를 하루하루 겪고 있는 노년의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과 생명에 무심하게 그저 방역(처리) 해오던 그는 나이 듦과 동시에 낯선 감정, 바로 타인의 고통,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이 생기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꾸 업무 실수를 하게 되며 여러 사람들과 얽히게 됩니다.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처럼 소설 『파과』는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다. - 출판사 서평 中 40여 년간 청부 살인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65세가 되며 사회의 최약..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너무 자주 목격합니다. 소중한 목숨들이 너무 이르게, 참혹하게 이 땅에서 사라진 집니다. 소중한 권리가 너무 쉽게, 간단하게 이 땅에서 밟힙니다. 그 슬픔이 내 슬픔이 될 수 있음을 알, 그 슬픔이 다 헤아려지지 않을 정도로 큰 슬픔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사람들은 함께 슬퍼합니다. 그리고 선택을 합니다. 함께 슬퍼하며 통감의 목소리를 내거나, 내지 않거나. 또는 다음과 같이 선택을 합니다. 슬퍼하는 이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내거나, 내지 않거나.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
여름, 스피드 - 김봉곤 성소수자들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편견은 없으나 내가 아는 이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혹은 '문제라고 생각은 안 하나 국가, 교육 차원에서는 사회를 위해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혹시 답하실 분이라면 커밍아웃한 김봉곤 작가의 화재의 책 [여름 스피드]가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어려워도 (언젠가는) 불편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불편함을 (언젠가는) 또 표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존재성을 대상으로 표출한 불편함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사랑이 현실성을 갖듯이 타인의 현실성 있는 사랑을 부정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사랑이 부정되면 안 되듯이 타인의 사랑 또한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에 미친, 사랑과 글에 의해 살아가는 작가의..
미스 플라이트 - 박민정 책 속 죽은 딸 유나는 10여 년간 연을 끊었던 아버지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아버지 홍정근은 전직 공군 대령으로 방산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불명예 제대하였는데 이 비리 사건으로 인해 KF-16 전투기가 추락하였고 비리를 고발하려 했던 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상자를 만들었습니다. 그저 군대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고발자를 막았던 것뿐, 직접적인 비리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떳떳한 아버지 - 군대식 법과 상식이 곧 삶의 태도였던 아버지가 너무나 싫었던 유나는 아버지에게 "똑바로 살라"라고 말하지요. 그러던 유나는 승무원이 되고 이유는 '회사' 안에 묻힌 채 자살하였습니다. 10년 후 죽은 딸의 편지를 읽으며 아버지는 죽음의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피해자의 유족으로서 누군가를 핍박하였..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 - 손민지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보물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친구가 추천해줘서 아니, 너무 좋아서 제게 선물까지 했기에 이 정도면 읽지 않을 경우 후회뿐만 아니라 친구의 원망까지 안게 될 것 같아서 선물 받자마자 열심히 읽었습니다. ​ 독립출판물이라 표지가 강렬합니다. 표지뿐만 아니라 작가의 디자이너 동생이 직접 디자인을 해서인지 책을 구성하는 것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일러스트와 타이포그래피 또한 있습니다. 매우 짧아 빨리 읽어나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짧은 문장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그 문장들을 버티려면 제 무게가 가벼워질 때까지 스스로 깨고 또 깨야 합니다. ​저는 현재 열심히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을 읽는 순간 오늘 당장 이별을 당한 사람의 마음을 지니게 됩니다. 인생에 있었던 모든 이별을 생각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김금희 작가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단편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사람들의 아픔이 활자로 옮겨진다면 이 책처럼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 이해는 하지 못하겠지만, 분명 제 속에, 누군가에게 눈부시게 각인되었던 시간을 한 때 가졌을 그 모든 아픔이. 그러므로 당신들이 괜찮다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들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는 계속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주 만났다가 헤어지며 그리워도 하겠지만 끝내 서로를 다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거듭되는 재회와 헤어짐 속에서도 당신들이 처음 내 마음속에 들어와 헤이,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그 눈부신 순간에 대한 감각은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차마 가져가지 못하는, ..